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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무엇을 한줄 알고 있다

약간 구름낀 일요일 아침이었다.

광화문으로 가려고 세워둔 차 근처에서 아내를 기다리면서 서성이고 있는데 웬 가방을 멘 고딩 쯤 된 앳되 보이는 남자애가 아파트에서 나와서는 화단 근처를 기웃거린다.

그러다가 화단에서 무언가 주어서 주머니에 살짝 넣고는 유유히 갈 길을 간다.

일요일이니까 가방메고 가는 폼새가 아마 학원이나 독서실 가는거 같다.

그런데 이 녀석이 화단에서 대체 무엇을 주워서 가는 것일까?


고딩들을 몇년간 주일학교에서 가르쳐본 나의 직감은 무언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매의 눈으로 쳐다 보았고, 찰나의 순가에 고딩의 주머니에 들어간 것은 다름 아닌 라이터였다.


바로 이 화단의 돌들 사이에 녀석은 라이타를 출퇴근시킨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이곳에 라이터를 숨겨두고 귀가한다. 물론 등교 길에는 항상 함께 한다.




아마 엄마 아빠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아마 학원가서 쉬는 시간에 한대씩 피워야 머리가 돌아가니까 그럴거다.




이 수많은 화단 근처 바닥의 담배 꽁초는 그 고딩의 라이터로 붙였던 것일까?

유유히 라이터를 집어 넣고 갈 길을 가는 고딩의 가벼운 발 걸음을 보라.

사진을 자세히 보면 오른손이 주머니에 들어가 있다.

바로 소중한 라이터를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Lifelog의 시대라고 한다.

우리의 일상이 디지털로 기록되고 감시된다는 말이다.

스마트폰 앱에도 Lifelog 앱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러한 기록은 꼭 내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아파트의 출입구의 감시카메라나 회사 건물에 달린 수많은 카메라와 타인들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의 블랙박스도 해당된다.

어느날 이런 모든 영상들이 클라우드에 저장이 되고 실시간으로 나를 인식한다면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찾는 것은 정말 식은죽 먹기일 것이다.

그런 날이 다가온다면 같은 아파트에 사는 고딩처럼 담배 숨어서 피우는 것도 더이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 사실 이 고딩은 이미 나한테도 한 번 걸린 셈이다

물론 나는 담배 피우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스스로 선택하면서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한다.

Lifelog의 시대가 되면 아마 영화에서나 보던 범죄율 zero 의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딩이 호기심이나 또는 다른 이유로술 한잔하고 담배 한대 피우던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를 당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제 세상은 결정까지도 기계가 하는 시대를 강요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인간다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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