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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15의 게시물 표시

3) 그러면 SAP R/3를 제대로 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기준정보

기준정보란 ERP에서는 모델 마스터, 벤더 마스터, 고객마스터, G/L 계정과목 등 말 그대로 업무하는데 있어서 시작이 되는 정보들을 말한다. 회사에서 만들어 파는 모델의 세부 정보들이 모델 마스터에 입력이 된다. 예를 들어서 스마트폰을 만들었다고 치면 이 스마트폰의 색깔, 무게, 부피, description 등과 모델의 상위 분류 기준, 어떤 시리즈 제픔인지 등이 기준정보로 들어가게 된다. 또한 발주와 관련도니 정보나 가격 정보 등 민감한 정보도 기준정보에서 취급한다. 벤더 마스터의 경우 구매하는 업체의 정보와 업체에게 지불하는 대금계좌 등의 정보도 같이 관리한다. 이렇게 민감한 정보들이다보니 사고가 생기거나 정보가 잘못 입력되면 업무에 심각한 차질이나 오류를 가져 올 수 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벤더의 은행계좌 정보를 잘못입력하면, 결제 금액이 엉뚱한데로 지불되게 된다. 생산하는데 필요한 자재들의 정보를 갖고 있는 BOM (Bill of Material) 역시 기준정보이다. 이렇게 중요한 기준정보는 ERP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봐도 좋다. 그리고 어느 회사를 가든지 결국 이 기준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살펴보면 회사의 수준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필자도 회사의 진단이나 ERP 수준을 파악할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이 기준정보이다. 기준정보의 정확도와 운영 수준을 파악하면 회사의 업무 수준이나 관리의 정교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물론 높은 관리수준을 갖고 있다고 회사 매출이 높거나 잘되고 있다고 단어할 수는 없지만, 기준정보 관리 수준이 낮다면 회사는 항상 업무상 높은 risk 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채권사고든지,  보고하는 데이터의 정확도라든지 혹은 발주의 정확도, 생산 제조원가의 정확도 등등이 부정확하거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은 기준정보를 한 부서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도록, 관련 부서를 두고 관리하는 중앙집중형 관리를 택한다.

2) SAP를 우리는 과연 제대로 쓰고 있을까?

한 기업에 들렀다. 이 기업은 SAP 를 도입한지 십수년이 지난 기업이다. 요청을 받고 당연히 잘 하겠지 하고 진단을 해 보았다. 결과는 놀랄만 했다. 첫번째로 기준정보가 엉망이었다. 데이터의 시작이자 끝이 되는 기준정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서너개의 사업부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제품코드를 관리하고 있었다. 제품 계층구조 등이 서로 달랐다. 그러다보니 사업부 별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이를 통합적으로 보아야 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보이는 것이 없었다. 아니 제대로 보고는 있지만 문제는 실무자들이었다. 지원부서에서 근무하는 스탭들의 주된 업무는 사업부 별로 만들어진 리포트를 엑셀에 피봇으로 돌려서 하나로 만드는 것이 일이었다. 임원이 부르면 달려가서 명을 받고 자리로 와서는 리포트를 합치기도 하고 쪼개기도하고 가로로 돌리기도 하고 세로로 돌리기도 하면서 리포트를 끊임없이 양산해 내었다. 거기에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그 리포트가 만드는 사람마다 결과값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이유야 데이터 소스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한마디로 SAP를 사용하지만 제대로 사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회사는 작은 회사에서 성장한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 사람에 의존해서 일을 하다보니까 시스템과 관리부서에도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간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해온 사람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즉 비싼 돈을 주고 SAP와 같은 패키지를 사용하지만, 그 기능의 30%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ERP에 대한 이해가 적고, 또한 제대로 운영하려고 값을 지불하기엔 인력들이 너무 비싸서 사람들을 갖추지 못한 것도 그 이유가 되겠다.

1) SAP R/3, ERP의 또다른 이름, SAP를 우리는 과연 제대로 쓰고 있을까?

필자가 ERP 다시 말하면 SAP R/3 와 처음 인연을 맺은지 20년이 다 되었다. 1990년대 중반 ERP 라는 말조차 생소하고, SAP R/3라고 하면 들어본 적도 없던 한국에서 삼성그룹은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선진 기업을 벤치마킹하면서 사내 핵심 시스템으로 SAP R/3를 최초로 도입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 때 SAP R/3 컨설턴트 비용은 상상이상이었다. 독일에서 모셔온 컨설턴트들은 모두 비즈니스 이상의 항공기로 모셨고, 특급 호텔에 머물고 식사와 교통까지 케어하였다. 보통 컨설턴트도 일당이 수백만원 이상이었다. SAP를 처음 만났을 때 생소한 독일어가 뒤섞인 용어와 SAP 에 있는 표준 프로세스는 우리가 이해하기 힘들었고, 또 안되는 것은 너무 많았다. 당시 삼성에서는 IBM 기반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업무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는 몰라고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없었다. 판매계획부터, 구매, 생산, 판매, 영업까지 모두 입맛에 맞게 쓰고 있었다. 그런데 SAP R/3라는 시스템이 들어오면서 충돌이 생겼다. 표준 프로세스는 독일이나 미국을 중심으로 개발된 일하는 방식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심플하고 운영도 용이해보였지만 각 사업부나 업무 단위별로 숨어있는 니즈를 반영하기는 불가능하였다. 현업은 블만이 푹주하였고 일 이 안된다! 일못한다! 불평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누가 시킨 일인가. 우려와는 달리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ERP 가 무엇이고 SAP R/3가 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첫술부터 배부를 수 없는 것처럼 프로젝트가 화려하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교훈을 배우고 사내에 지식이 쌓여가면서 SAP R/3 는 점점 회사내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삼성 그룹에서 SAP 를 빼 놓으면 회사는 돌아가지 않는다. 물론 ERP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Risk 관리에는 그만한 것도 없다. 아무리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