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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시리(Siri)보다 IBM 왓슨(Watson)을 주목해야


혹시 Inside Job 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2011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미국발 금융 위기에 대해서 그 진원지를 파헤진 다큐멘터리 영화다. 필자는 추석연휴 때 이 영화를 보았는데. 보는 내내 영화에서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금융사와 정부 인사들 그리고 학자들까지 연계된 모럴 해저드에 혀를 차게 되었다.
그 당시 증권회사에서 판 금융상품들은 일반인으로서는 상품의 특성이나 상품간의 차이점을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할만큼 복잡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품을 도덕적 해이에 가득찬 금융사들이 일반인에게 판매하면서 부실한 대출이 수없이 생기고 급기야 금융위기로 발전되었다고 영화는 진단하고 있다.
이처럼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우리가 알아야할 것, 고려할 것은 많아지고, 관련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른 선택의 Risk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이해하고 판단하기에는 우리의 시간과 기억력 역시 한계가 있다. 이 상황에서 필자는 IBM을 주목하고 싶다.
애플에 시리가 있다면 IBM에는 왓슨이 있다.
둘다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는 차원에서는 비슷하지만, 시리가 애플 데이터 센터 서버에 있다면, IBM 왓슨은 방만한 크기의 슈퍼컴퓨터이다. 2011년 미국의 인기 퀴즈쇼 프로그램에서 퀴즈의 달인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던 왓슨에 대해 IBM은 스스로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공부하고 발전하는 지능형 컴퓨터(Cognitive Computing)라고 소개한다.
초기의 컴퓨터는 디지털 신호를 기초로 계산이 가능했고, 오늘날의 컴퓨터는 프로그램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일을 시킬수가 있는데, 양적으로 엄청난 데이터들이 생겨나는 오늘날은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데이터를 컴퓨터에 이해시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컴퓨터에서 세번째 혁명은 왓슨과 같이 스스로 배우는 컴퓨터라고 IBM은 정의한다.
왓슨은 이미 미국에서는 금융계에 적용되었고, IBM은 최근 왓슨 컴퓨터를 의학계에 적용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 수많은 의료 관련 정보와 기록들을 읽고 스스로 배우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는 모습이 마치 대학생을 대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컴퓨터에게 직접 진료를 받기는 어렵겠지만, 의사들에게는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환자의 X 레이 사진을 보고 의사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근건해서 판단하다 보면 실수를 할수도 있고 사소하게 보이는 것은 그냥 지나칠수도 있지만, 왓슨이 옆에서 우측 폐에 보이는 하얀 반점은 초기 암으로 발생할 확률을 30% 이상 보여주고 있으니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면 어떻게 될까?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2009년에 앞으로 5년 후에는 사람들이 주머니에 슈퍼컴퓨터를 넣고 다닐 것이라고 한 말이다. 이 말대로 이루어진다면, 조만간 사람들은 주머니에 왓슨 컴퓨터를 하나씩 갖고 다니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정보기술로 말미암아 일상 생활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물론 우리 주머니에 있는 개인비서가 시리가 될지 왓슨이 될지 혹은 다른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알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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