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우리나라 교육과학기술부는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은 스마트 교육인데 말 그대로 아이폰으로 촉발된 일상의 전방위적인 변화를 교육계에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스마트 교육의 핵심은 바로 디지털 교과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3년 후인 2015년부터 모든 초중등학교에 디지털 교과서를 보급할 예정이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올해 초 애플이 ‘아이북스2(iBooks 2.0)’를 내놓고 디지털 교과서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이나 구글이나 공통점이 있다면 한번 내놓는 서비스마다 업계 아니 지구를 뒤흔드는 파괴력 있는 서비스를 내 놓으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애플은 이번에는 아이북스2를 통해 종이로 된 교과서를 디지털화 하는 프로젝트의 출발을 알렸고, OS X 기반 개인용 전자출판 소프트웨어인 “iBooks Author”를 무료로 배포하였다. 이를 통해 제작한 출판물을 iBookstore 또는 iTunes U를 통해 판매하거나 공유가 가능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애플은 컨텐츠 제작부터 출판, 배포까지 모든 것이 가능한 또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한 셈이다.
필자도 몇달 전에 무료로 풀린 교과서 하나를 아이패드에 다운받아 보았는데, 대학교 때 두꺼운 원서를 들고 다니느라 고생한 생각이 절로 났다. 몇 페이지 넘겨보니, 책을 보는 듯한 배치와 함께 페이지 안에 저자의 설명 등 동영상을 삽입함으로써 내용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오게 만들어 감탄한 기억이 난다.
반면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교과서는 부실 e교과서다, 쓰레기통에나 들어가는 e-교과서다 등 혈세를 낭비하는 행정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사실 2010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한 사업 중 하나인 이 프로젝트는 서책형 교과서를 그대로 CD로 옮긴 것이었고, 이로 인해 교사와 학생들로부터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었다. 이와 연계하여 앞으로 2조 2천억을 투입할 디지털 교과서 정책에 대한 우려들을 표방하면서 역시 애플의 ‘아이북스2’를 본받아야 한다는 의견들도 쏟아졌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아니 이제는 세계 기업에서 유일하게 애플과 맞짱을 뜨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러닝 허브(Learning Hub)’를 발표하였고 16일에는 새로운 갤럭시 노트 10.1을 선보였다. 국내에 선보이는 ‘갤럭시 노트 10.1′은 WiFi 모델과 3G 모델(SKT, KT)로 가격은 3G 기준으로 80만원 대이다.한편, 삼성전자는 국내 출시 하루 전인 15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에서도 현지 미디어와 소비자들을 초청해 대규모 론칭 행사를 갖고 ‘갤럭시 노트 10.1′ 출시를 알렸다.
솔직히 갤럭시 노트 10.1이 일반 소비자에게 얼마나 어필할지는 필자 자신도 잘 모르겠다. 가격도 비싼 편이다. 하드웨어에는 밀리지 않을지 몰라도 아이패드가 갖고 있는 강력한 컨텐츠 생태계와 사용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디지털 교과서 시장만 따져봐도 정부가 투입할 예산만 2조2천억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 10.1을 출시하면서 특히 다음과 같이 러닝허브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다음 언론 발표 기사를 눈여겨 보자.
‘러닝허브’ 서비스로 ‘교과서+노트+펜’ 결합한 최적의 학습경험 제공
‘삼성전자는 국내 ‘갤럭시 노트 10.1′ 출시와 함께 러닝허브, 리더스허브, 비디오허브, 게임허브 등 삼성전자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탑재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갤럭시 전용 교육 포털인 러닝허브는 국내 초,중,고의 검정 교과서 450여권을 제공해 학생들은 ‘갤럭시 노트 10.1′에서교과서, 펜, 노트가 하나로 결합된 새로운 학습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러닝허브는 전자교과서(eTextbook), 동영상 강의, 인터렉티브 참고서 등 각 연령별로 특화된 28,000여 개의 유ㆍ무료 컨텐츠와 학습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연령과 환경의 제약없이 누구나 효율적인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다.’
정리하면 갤럭시 노트 10.1은 교육시장을 주목하였고, 기존의 아이패드가 컨텐츠를 소비하는데 집중하는 기기였다면,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펜을 이용하여 노트를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컨텐츠를 생성하고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교과서로 공부하면서 펜으로 노트하고 정리한 내용을 공유하고 숙제를 푸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삼성의 새로운 시도가 당장 애플을 뛰어 넘어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늘자 뉴욕 타임즈는 갤럭시 노트 10.1을 지나치게 모든 기능을 한 제품에 담으려고 했다고 혹평하였지만, 최소한 애플과 차별화 하는데는 성공한 것 같다. 그리고 또 한가지 갤럭시 노트 10.1의 출시는 출판과 서적 그리고 교육 시장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또다른 신호탄이다. 그것도 ‘지금’ 말이다.
그 기회를 IT 개발자 입장에서 또는 기획자 또는 컨텐츠 공급업자의 입장에서 잡는 것은 본인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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