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꾸준한 효자는 반도체이다.
이병철 회장이 투자하고 이건희 회장이 일군 반도체 사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해지는데 요새 스마트폰 실적이 휘정하면서 더 그렇다.
재미있는 것은 삼성이 아이폰의 공급자가 된 선택은 인텔의 잘못된 선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잡스는 아이폰의 칩디자인과 생산을 위해 인텔의 폴 오텔리니(Paul Otelini) 사장을 만났다.
그러나 인텔 입장에서 아이폰이라는 듣보잡의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애플의 이야기와 얼마나 팔릴지도 모르는 이 칩을 만들어야 할지도 의문이었다.
오텔리니 사장은 육감으로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당시는 그리 잘나가지 못하는 애플의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할 타당한 숫자나 데이터가 없었다.
결국 숫자에 의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인텔은 한없이 밀려나는 신세가 되었다.
반면에 삼성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우선 황창규 사장은 아이팟 개발시절부터 잡스를 만나서 007 가방에 비밀리에 개발한 플래시 메모리를 보여주면서 애플에 구애를 하였고, 플래시 메모리 공급에 성공하면서 짭짭할 재미를 보았다.
황사장을 만난 잡스는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여 잡스가 그리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황창규 사장은 거의 꿈 같은 이야기를 하는 잡스에게 크게 감동을 받았다.
인텔에게 거절당한 애플은 삼성에게 메모리에 이어 CPU까지 손을 내밀었고, 결국 삼성은 애플의 진정한 공급자이면서 갤럭시 시리즈 개발로 경쟁자인 미묘한 관계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빅 데이터 시대의 특징은 현재의 데이터로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는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맹점은 오텔리니 사장의 후회처럼, 미래는 숫자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는 육감이 숫자로 뽑은 결과보다 훨씬 정확한 법이다.
그것이 인간이 기계와 다른 점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Written by 최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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