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연말 송년회 이벤트로 나는 가수다를 하였다. 콘셉트가 맞는 몇 명씩 그룹을 만들어서 불후의 명곡(?)을 불렀는데, 그 중에 살찐 달팽이라는 그룹이 나와서 폭소를 자아냈다.
올해 무한도전 가요제의 유재석이 만든 처진 달팽이의 패러디 버전이었다. 이처럼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도 무언가 남들과 똑같지 많은 않은 다른 차별화를 하기를 원한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개방한 이후에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구글 OS를 기반으로 나름 하드웨어를 추가하고 소프트웨어를 수정하여 타사와 차별화하려고 애썼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4.1(젤리 빈)에 이어 최근 안드로이드 4.2 버전을 내놓으면서 젤리빈 업그레이드로 명명했다. 안드로이드 4.2는 잠금화면에 위젯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태블릿 사용자를 겨냥한 다중 사용자 기능도 지원한다. 애플과 유사하게 와이파이 다이렉트 기능을 이용하여 모바일에서 보던 화면을 바로 TV로 전송이 가능한 Miracast 라는 기능도 추가됐다.
그런데 OS 발표 후에 여기 저기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SDK 라이선스계약 내용에 파편화(fragmentation) – OS가 제조사의 맞춤 개발에 따라 차이가 나는 현상- 라고 표현하며 이를 사전에 막으려는 조항을 담았다.
이것이 일부 제조사들을 반발하게 만들었는데 모토로라를 인수해 제조 능력까지 갖춘 구글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또 애플과 같이 휴대폰 제조와(물론 외주 생산이기는 하지만) OS를 같이 갖고 있는 기업의 고수익 구조가 구글에게 매력적인 시장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과연 그럴까?
현재까지는 구글이 그러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우선 안드로이드가 이 만큼 확산된 것은 삼성과 같은 제조사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구글에게는 제조사들이 아직은 필요하다.
그리고 파편화 금지 조항은 구글이 제조사를 견제하기보다는 향후 안드로이드 폰의 최신 서비스가 모든 기기에 적용되도록 하고 싶어하는 구글의 전략에서 온 것이라고 보는게 타당하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안드로이드 기기 중에 현재 젤리빈 최신 OS를 탑재한 제품은 7%가 채 안된다.
반면 애플의 경우 iOS가 발표된지 한달도 채 안되어 60%의 애플 기기들이 최신 OS로 업그레이드했다. 구글은 당연히 자사가 야심차게 개발한 GoogleNow 등의 서비스가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에 탑재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안드로이드 파편화가 이러한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구글 젤리빈에 있는 GoogleNow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위력이 커진다. 파편화로 인해 개발자 입장에서는 앱개발에 애플보다 많은 리소스가 들게 되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킬러앱들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애플보다 늦게 출시되게 되는 단점들이 있다.
지금으로선 구글은 가급적 많은 하드웨어에서 자사 서비스들을 깔아놓는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제조사와 갈등을 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애플식 수직 통합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다. 애플과의 경쟁이나 이런 저런 것을 다 따져봐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하드웨어 제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위한 포석이라기 보다는 자사 OS와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하는 것이 지금은 옳다. 하드웨어 영향력 확대는 서비스 확산과 비교해 구글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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