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황금같은 기회가 생겨서 제주도로 날아가서 한라산 등반을 하게 되었다.
티몬에서 주중 저가 항공권을 바로 구입해서 지인과 다음날 출발하였는데 숙박은 그곳에 자리잡은 아는 후배 집에서 이틀을 신세지기로 하였다.
첫날 제주도는 비가 왔지만 다음날 날씨는 거짓말처럼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한라산 초입에서는 정말 날씨가 좋았다. 역시 제주도는 오월이야!
한라산을 오르는 방법은 두 코스가 있다. 성판악 코스와 관음사 코스..
성판악 코스는 평지가 계속되다가 막판에 오르막길이고 관음사 코스는 거의 내내 오르막 코스라고 한다.
우리는 성판악 코스로 올라갔다가 관음사 코스로 내려오기로 했다.
올라가는 곳곳에 13:00까지 진달래밭 대피소를 통과해야 정상 등반이 가능하다고 표지가 써 있다.
성판악 코스에서 아침에 늦어도 9시 전에는 올라가야 한다. 산행이 자신 없는 분이라면 8시경 입산을 추천한다. 우리는 남자 둘이라 4시간만에 올라갔다.
이곳이 진달래밭 대피소이다. 여기까지는 할만하다.
이곳에서 도시락 까먹는 분도 많다. 여기서 유일하게 컵라면을 1500원에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점은 이곳 딱 하나다.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서 백록담에 가까이 가기 시작하면 가파른 경사와 함께 엄청난 바람이 분다. 해발 2000미터의 위엄이다.
그 와중에 내 앞에서 슬리퍼 신고 물병 하나 들고 한라산을 뒷산 오르듯하는 도사분도 보았다. 한라산 오르는 길은 돌길이 많아서 등산화와 스틱(지팡이)가 필요한데 말이다. 물론 우리도 스틱 없이 운동화 신고 올랐다. 저분 발바닥 보아라. 삼디다스 같은 슬리퍼다.
정상을 코 앞에 두고 오르는 사람들... 그리고 정상에서 본 백록담
바람이 엄청 심해서 정상에 오래 있지는 못한다.
우리는 바로 밑에서 도시락 까먹기로...
백록담의 감격은 보아야만 아는 법이다.
위에서는 구름이 실시간으로 지나가는 것이 보이고 태양볕과 바람이 작열한다.
백록담에서 불어오는 안개와 바람은 숨을 턱턱 막히게 하면서 우리에게 정상의 감격을 안겨준다. 나이든 노인분들이 여기까지 오시는 분들이 꽤 많아 우리를 놀라게 했다.
정상에서 이번에는 관음사 코스로 내려왔다.
다들 체력이 그렇게 좋은지..
내려가는 내내 신음소리 내다가 오후 다섯시가 넘어서 무사히 내려왔는데, 정말 좋긴했다.
올라가는데 4시간 내려오는데는 3시간 반 정도 걸린것 같다.
거기다 그날 우리는 모닥불 피워놓고 바닷가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로 새벽4시까지 밤을 지새웠다. 잊을 수 없는 재밌는 빡센 하루였다.
공항에서 제주에서 회를 못먹은 것이 아쉬워서 제주공항 식당에서 물회를 시켰다. 어릴 때 바닷가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필자가 먹어보니 별로였다.
문든 든 생각.. 한국의 모든 식당의 맛을 평가해서 모아놓는 앱 있으면 대박일텐데...
누가 좀 만들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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