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ERP 다시 말하면 SAP R/3 와 처음 인연을 맺은지 20년이 다 되었다.
1990년대 중반 ERP 라는 말조차 생소하고, SAP R/3라고 하면 들어본 적도 없던 한국에서 삼성그룹은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선진 기업을 벤치마킹하면서
사내 핵심 시스템으로 SAP R/3를 최초로 도입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 때 SAP R/3 컨설턴트 비용은 상상이상이었다.
독일에서 모셔온 컨설턴트들은 모두 비즈니스 이상의 항공기로 모셨고, 특급 호텔에 머물고 식사와 교통까지 케어하였다.
보통 컨설턴트도 일당이 수백만원 이상이었다.
SAP를 처음 만났을 때 생소한 독일어가 뒤섞인 용어와 SAP 에 있는 표준 프로세스는 우리가 이해하기 힘들었고, 또 안되는 것은 너무 많았다.
당시 삼성에서는 IBM 기반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업무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는 몰라고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없었다.
판매계획부터, 구매, 생산, 판매, 영업까지 모두 입맛에 맞게 쓰고 있었다.
그런데 SAP R/3라는 시스템이 들어오면서 충돌이 생겼다.
표준 프로세스는 독일이나 미국을 중심으로 개발된 일하는 방식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심플하고 운영도 용이해보였지만 각 사업부나 업무 단위별로 숨어있는 니즈를 반영하기는 불가능하였다.
현업은 블만이 푹주하였고 일 이 안된다! 일못한다! 불평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누가 시킨 일인가.
우려와는 달리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ERP 가 무엇이고 SAP R/3가 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첫술부터 배부를 수 없는 것처럼 프로젝트가 화려하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교훈을 배우고 사내에 지식이 쌓여가면서 SAP R/3 는 점점 회사내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삼성 그룹에서 SAP 를 빼 놓으면 회사는 돌아가지 않는다. 물론 ERP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Risk 관리에는 그만한 것도 없다.
아무리 창조적인 시대, 아이디어의 시대이지만, 누군가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부정과 부패, 회사의 위험 요소에 대해서 관리하고, 업무를 최적화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그 일의 중심에 ERP , SAP R/3가 있다.
이 글은 이십여년간 해 왔던 많은 일들 중에 필자와 끊을 수 없는 인연 중에 하나였던 SAP R/3가 어떻게 국내에서 자리를 잡았고 어떻게 수많은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였고, 독이 되기도 하였는지 그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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