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모 대기업 대리 시절, 내 옆자리에는 지금은 미국으로 이민 가신 과장님이 앉아 계셨다.
그 분은 나한테 재미있는거 하나 알려줄까 하면서 사이트 하나를 알려주셨는데 그것이 그만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분이 알려주신 사이트는 uBid 라는 생소한 옥션 사이트였는데,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비싼 노트북과 같은 전자제품들이 종종 올라오곤 했다.
가격 비딩이다 보니까 운이 좋으면 판매가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는데다가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서 하루에도 몇번이나 들어가는 '중독' 현상이 나타나다가 드디어 지름신이 강림했다.
90년대 말 2000년 초반만 해도 최고의 노트북은 IBM Thinkpad 였다. 빨콩과 특이한 키감은 죽이는 것이서 이 uBid를 통해서 필자는 IBM노트북만 4대 정도 구매했다.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배송대행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러니까 해외 직구 경력이 어언 15년차가 넘어 버린다.
당시에는 해외 직구가 그리 많지 않아서 배송 대행도 적었고 매우 불친절한 곳도 많았지만, 그 모든 것을 불식시키는 것이 레어 아이템에 대한 특템 열망이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해외 직구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을 보았다.
오랜 경험으로는 진짜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직구는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정말 한국보다 싼 제품도 A/S 등이 되지 않는다면, 나중에 엄청나게 손해 볼 가능성이 크다.
IBM 노트북 하나 샀다가 메인보드가 고장나는 바람에 다시 ebay 에서 메인보드를 공수해와서 자가 수리한 기억이 난다.(두달 걸렸다)
복불복인데 가끔 이런 일 걸리면 대미지가 크다.
2. 배송도 오래 걸리고 관세와 부대 비용을 감안해서 생각해야 한다.
해외 직구의 특징이 가격 매력과 레어 아이템에 대한 득템에 대한 기대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월드 워런티가 되는 제품이나 문제 될 가능성이 낮은 책이나 CD와 같은 제품들이 직구에 적합하겠다. 그런데 요샌 월드 워런티 되는 제품이 거의 없다.
3. 마지막으로 이게 정말 꼭 필요한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직구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피터 드러커는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다른 것은 대체재가 존재하지만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다고 말했다.
득템의 희열과 기쁨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다른 대체할 만한 제품이 한국에도 있거나 조금 욕심을 버리면 그리 필요하지 않은 제품이라면, 내 아까운 시간 써서 직구할 것을 그리 권하지 않는다.
조금 나이들어서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물론 필자는 이제는 직구는 거의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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