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잠간 이야기한 대로 에슐리 메디슨은 남자들로 우글거리는 사이트이다. 그렇다면 95%의 남자들이 5% 남짓한 혹은 그것보다 적은 수의 여성회원을 상대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일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렇지는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에슐리 메디슨 사이트에서 남성 회원들이 접촉하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봇이라고 한다. 봇이라고 하면 생소할지 모르는데 로봇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우리가 아이폰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에 '나 심심해' 라고 말을 던지면, 반응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정도 수준의 인공지능도 아니고, 정해진 몇가지에 시나리오에 따라서 반응하는 봇을 상대로 남자들은 작업을 벌인 것이라고 한다. 참 어이없는 일이지만, 남자들은 프로필 상의 가짜 여자들을 보고 끌리는 존재하지 않는 여성에게 작업을 시도했고, 심심찮게 오는 기계적인 답변에 환호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도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 말이다. 컴퓨터 역사에 획기적인 공을 세운 앨런 튜링은 영국 출신으로 독일과의 전쟁에서 독일의 암호를 풀면서 승리를 연합군쪽으로 돌렸지만, 동성애자인 것이 발각되면서 독사과를 먹고 자살했다. 그가 만든 튜링 데스트는 무척 유명하다. 예를 들면 한 쪽은 사람, 한쪽은 기계를 두고 사람이 누구와 상대하는지 모르고 대화를 통해서 기계와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면 기계가 인공지능을 갖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을 튜링 테스트라고 한다. 에슐리 메디슨 사이트의 남자들은 모두 튜링 테스트의 실험물인 셈이다. 그것도 인공지능이라고 말하기에도 낮은 수준의 봇과 말이다.